책과 영상 리뷰
MBA 학위 안해도 괜찮다. 본문
MBA를 했다고 해서 알아주는 곳도 이제는 사실 없다. 한 번 시작한 공부를 중간에 그만 둘 수도 없고 해서 끝내기는 했지만 과연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었을까? 잃은 것 중 하나는 수천 달러를 들여서 학업을 이행하는 동안 경제활동을 이행하지 못해서 생긴 기회비용의 상실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럼 무엇을 얻었을까? 교우관계와 사업상 인맥? 그것도 맞지만 아마도 가장 큰 수확은 특정한 지식에 갇혀있지 않고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모든 시각을 가져와 사용하는 법을 배운 것이라고 해야할 것이다. 매일 던져지는 지적 도전의 무게감이 만만치 않았다. 책을 읽고 지식을 익혔으면 그 익힌 사고틀 안에 실제 가시적인 데이터를 집어넣어보고 실행해 보는 연습까지 마쳐야만 제대로 따라갈 수 있었다. 다들 엄청난 집중과 순발력을 갖춘 사람들만 데려다 놓은 것 같았다. 회계사보다 회계를 더 잘 알지 못해도 한때 전문가 대접을 받았던 이유가 여기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한다.
지금 생각해 보면 MBA 학위를 굳이 하지 않아도 그만이라는 것이 솔직한 생각이다. 가끔 MBA를 하겠다고 미국이나 유럽쪽으로 가고자 하는 주변의 후배들이 찾아오면 진심어린 마음으로 조언을 해주기도 하지만 2년의 유예기간을 위해서 하는 것이라면 말리고 싶을 때도 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이유는 자본주의 사회에 살면서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든 경영 지식은 모든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이라는 공감대는 아직도 주변에 형성되고 있는 것 같아서이다. 기업뿐아니라 정부나 공공기관 종사자도, 교직이나 심지어 자신의 사업을 경영하는 사람에게도 시장 질서와 경영 마인드에 대한 이해가 필수라는 의식이 점점 강해지고 있어서이다. 한 분야에 매몰되지 않고 전체를 아우르는 통합적 사고와 결정을 할 수 있는 힘은 너무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다른 MBA 졸업자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보는 과정에서 여러 대학원이 제공하는 실제 교육내용은 모두 동일하며 다른 것이 있다면 단순한 지식에 거창한 이름을 붙여서 너무도 어렵고 거창하게 겉포장한 것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NPV, SPC, CRM 등의 용어를 쓰는 것은 자신들의 높은 보수와 빠른 승진을 정당화하기 위한 술수일 뿐이다. 이런 용어에 주눅들 필요가 전혀없다. 기본 과목은 마케팅, 회계학, 조직행동, 계량분석, 재무관리, 생산관리, 경제학, 경영전략, 윤리학 이 정도이다. 그 외에 별도로 MIS를 다루기도 하고 마케팅을 좀 더 세분해서 다루기도 하지만 이 아홉개 과목이 기본이다.
다시 한 번 반복하자면 MBA의 진정한 가치는 모든 지식을 종합하는 데 있다. 나만의 시선, 나만의 전략, 나만의 통찰, 나만의 것이 없이 남들이 습득하는 지식을 똑같이 열심히 습득하고 MBA 학위를 따는 것은 수천만불을 버리는 것과 다름 없다. MBA를 끝낸지는 벌써 오래 전이지만 한국과 미국, 유럽, 동남아를 오가면서 그동안 정리한 나만의 기록을 하나씩 올려서 공유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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