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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카의 졸업식 본문

자기계발 (Self Improvement)

조카의 졸업식

visiontoday 2017. 12. 19. 20:41

해마다 졸업시즌이면 우등상을 탔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해외로 이민을 갔든, 아니면 다시 한국으로 역이민을 왔던 새호운 문화와 생활환경에서 부모가 고된 생활 끝에 얻어낸 가장 보람되고 기쁜 일이다. 

내 조카가 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했다. 부부가 맞 벌어 함께 의논하며 자식을 키우는 것도 힘든 일인데 남편 없이 혼자서 아이들을 우등생으로 키워냈다. 그렇게 되기까지에는 집안살림을 돌보며 손자들 키우시느라 수고한 할머니의 공도 크다.


한때 젊은 부부들이 맞벌이 이민생활 때문에 갓 나은 자식들을 키워달라고 한국으로 내보냈던 사람도 있었다. 자식 키워달라고 한국에서 부모님을 모셔온 사람도 있다. 초청 받아온 노 부모님들은 처음 미국 와서는 실정도 모르고 형편도 그러니까 자식들 살림 봐주고 손자들 봐주는 일을 열심히 했다. 자식들을 부모에게 맡겨놓고 열심히 일해서 자산들을 축적해 갔고 더 나은 생활로 발전하는 덕을 보게 되었다.


그러나 집에서 하루종일 일해도 티도 나지 않는다. 아이들 돌보는 일은 더더욱 쉬운 일은 아니다. 미국은 노인들에게 지상 낙원이다. 매달초면 정부에서 내주는 돈을 제 날짜에 어김없이 받는다. 병원 비도 무료다. 노인아파트에서 살면 경비도 줄일 수 있다. 더구나 부부라면 돈도 저축할 수 있다. 노인회에 나가면 심심찮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관광도 갈 수 있다. 내가 택하기만 한다면 나하는 편하게 살 수 있다. 


내 조카 할머니는 아무리 늙고 힘들어도 내 손주들을 위해 끝까지 그들 곁에 있겠다는 선택을 했다. 자식 먼저 앞세우고, 떠맡은 손자들을 끝까지 지켜주어야 한다는 일념으로 며느리나 손자에게 한번도 소홀히 해본 적이 없다. 그래서 어린 손자들을 남에게 위축당하지 않도록 키웠고 밖으로 겉돌게 하지도 않았다. 손자들 잘 먹이려는 영양식 만드는데 시간을 많이 보냈다. 이제는 저희들이 부엌에 들어가서 자기들이 식사를 준비할 만큼 아이들이 다 커진 것이 아쉬울 정도로, 그렇게 할머니는 미국에서 살았다.


내 것을 나 위해 써본 적도 없이 다 자식들 위해 써주고 오직 자식들을 희생으로 보살핀 세월 뒤에 “할머니, 감사해요. 할머니, 사랑해요” 손자들이 껴안고 속삭여주는 말에 내 평생 수고에 대한 보람을 느끼는 것이 할머니가 얻은 최고의 것이다.


미국 생활에서는 자식에게 아무것도 기대하고 살수 없다고들 한다. 또 자식도 부모에게 무엇을 기대하지도 않는 미국 문화 속에서 자랐다. 2세만큼은 미국에서 제대로 발붙이고 살라고 온갖 고생을 다하면서 원하는 대로 해주고 키워줬지만 이제는 저희나 잘 살면 다행이다 싶을 만큼 부모나 자식이나 미국생활 습관에 많이 젖어 들었다. 사위도, 며느리도, 외국인이다.


한 때는 자식을 위해 모든 것을 무조건 희생하는 부모들의 삶을 비판도 했다. 그러나 그 희생의 손길을 받았기에 또한 영광스럽게 수석으로 졸업을 맞는 조카가 있지 않은가. 내 조카의 영광스러운 졸업을 맞아 자식과 손주를 위해 일생을 바친 수많은 한인 부모와 조부모의 노고를 경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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